<빌로우>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작은 어촌을 정체불명의 바다 생물이 덮치는 넷플릭스 6부작 크리처 스릴러


배경 템플릿 위에 넷플릭스 시리즈 빌로우의 제목이 크게 적힌 대표 이미지

 

<빌로우>는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외딴 어촌을 배경으로, 바다에서 올라온 정체불명의 생물과 맞서는 어부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6부작입니다. 회차 구성과 원작 여부, 누가 어떤 인물을 맡았는지를 정리하고, 회차마다 괴물을 얼마나 보여주는지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짚습니다.

 

기본정보

작품명 빌로우 (Below)
장르 초자연 호러 스릴러, 미스터리
크리에이터 제시 매큐언
감독 제이미 차일즈, 스티븐 던, 헬렌 셰이버
출연 조시 하트넷, 매켄지 데이비스, 찰리 히턴, 나타샤 헨스트리지 등
플랫폼 넷플릭스
제작 페이스세터 프로덕션
구성 6부작
공개일 2026년 10월 8일 (전 회차 동시 공개)
러닝타임 회당 약 60분

 

넷플릭스 공개에 앞서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TIFF)에서 시리즈 프리뷰로 먼저 상영됐습니다. 여섯 편이 10월 8일 한 번에 공개되는 리미티드 시리즈라, 공개 당일부터 마지막 회까지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

 

로그라인

수십 년 전 아버지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아직 떨쳐내지 못한 어부 캘빈 페니. 어느 날 바다 깊은 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이 올라와 그의 고향 마을을 위협하기 시작하고, 캘빈은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점점 사라져가는 어촌의 삶을 지키기 위해 싸우게 됩니다.

 

예고편

 

크리처물의 예고편은 대개 생물을 얼마나 보여주지 않느냐로 승부합니다. 예고편은 본편과 다른 목표로 편집되는데, 정체를 끝까지 감춰야 하는 장르에서는 그 차이가 더 커집니다. 화면에 잡히는 것은 물결이나 그림자, 놀란 얼굴 같은 반응이고, 생물 자체는 마지막까지 아끼는 방식이 흔합니다.

여섯 편이 한 번에 공개되는 시리즈라는 점도 편집 방식에 영향을 줍니다. 전 회차를 이어서 보는 관객을 전제로 하면, 회차마다 다음 편을 누르게 만드는 끝이 특히 중요해집니다. 생물을 언제, 얼마나 보여줄지가 회차 단위로 쪼개져 배분되는 셈이고, 예고편이 아낀 것을 본편이 여섯 번에 나눠 꺼내는 구조가 됩니다.

 

긴 가로 막대 하나가 같은 길이의 여섯 구간으로 나뉘어 있고, 각 구간의 오른쪽 끝에만 주황색 사선 표시가 있는 타임라인 도식
여섯 편의 끝마다 생물을 얼마나 보여줄지 정해야 합니다

감추는 리듬이 흐려지는 중반

여섯 편을 모두 본 기준으로, 감추는 전략은 초반 두 편에서 가장 또렷하게 지켜집니다. 괴물의 몸을 보여주는 대신 그림자와 촉수 끝, 눈 위에 남은 발자국, 그리고 마주친 사람의 얼굴을 붙여서 크기를 짐작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편집의 관점에서 이건 비용은 가장 적게 들면서 효과는 가장 큰 조합이고, 반응 쪽에 시간을 더 주는 만큼 대상의 정체는 뒤로 밀립니다. 중반으로 넘어가면 회사의 은폐와 바다 괴물 설화, 조사선 쪽 이야기가 동시에 자리를 요구하면서 이 리듬이 흐려집니다. 스포방지를 위해 상세히 적지 못하지만, 이야기는 어떠한 정체가 드러나면서 전환됩니다. 정체를 너무 오래 숨길 수록 유사한 긴장이 반복되기 때문에 반복을 피하려는 선택도 여러 차례 나타납니다. 그 어려움이 중반의 리듬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원작 없는 어촌의 페니 가족

<빌로우>에는 원작 소설이나 웹툰이 없습니다. 넷플릭스 <엄브렐러 아카데미>에 참여했던 제시 매큐언이 직접 만든 오리지널 각본이고, 촬영은 2025년 7월부터 10월까지 이야기의 배경인 캐나다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에서 진행됐습니다.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지만 무게중심은 마을 쪽에 있습니다.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작은 공동체, 쉽게 떠날 수 없는 외딴 지형, 바다에 기대 사는 생계가 한꺼번에 흔들리는 구조입니다. 조시 하트넷이 연기하는 캘빈 페니는 고집 세지만 정이 많은 어부이자 혼자 아이들을 키운 아버지입니다. 찰리 히턴이 아들 웨이드를, 로한 캠벨과 루비 스톡스가 제이와 메리를, 윌로 킨이 루스를 맡아 페니 집안 사람만 다섯 명이 넘습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인물은 매켄지 데이비스가 연기하는 해양 연구자 폰다 호완더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생물을 생계와 가족의 문제로 받아들인다면, 폰다는 그것을 연구 대상으로 보는 쪽에서 출발해 캘빈과 손을 잡게 됩니다. 조슈아 클로즈는 마을 경찰 잭슨 노스워디, 나타샤 헨스트리지는 잰 역을 맡았습니다. 

 

마무리하며

<빌로우>는 원작 없이 출발한 넷플릭스 6부작 크리처 스릴러로, 외딴 어촌을 덮친 바다 생물과 한 가족의 오래된 상처를 함께 다룹니다. 10월 8일 여섯 편이 한 번에 공개됐습니다. 괴물을 감추는 편집의 교본 같은 장면을 보고 싶다면 첫 두 편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합니다. 정체가 드러난 뒤의 마을 이야기까지 궁금하다면 그때부터는 인물들의 선택을 따라가며 감상하기를 추천합니다.

 

OTT 오리지널과 극장 영화의 편집리듬


짙은 녹색 바탕에 긴 가로 막대 하나가 위에 있고, 그 아래 짧은 막대 여덟 개가 한 줄로 늘어서 있으며 그중 세 번째 짧은 막대만 주황색인 도식

 

OTT 오리지널 시리즈와 극장 영화는 같은 장비와 같은 공정을 거쳐 편집되지만, 완성본의 호흡은 꽤 다르게 나옵니다. 같은 배우가 나오고 장르가 같은데도 시리즈는 유독 조급하게, 영화는 유독 느긋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 차이는 대부분 관객이 화면 앞에 머무는 조건에서 시작됩니다. 이 글은 일시정지 버튼 하나가 만드는 차이에서 출발해 회차라는 단위와 러닝타임이 정하는 판단, 그리고 극장 영화가 OTT로 넘어갈 때 생기는 간극까지 다룹니다. 저는 시리즈를 볼 때 회차가 어디서 끊기는지부터 보게 되는 편입니다.

 

 

극장 영화에 없는 일시정지 버튼

극장에서는 불이 꺼지는 순간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시간의 주도권이 화면에 있습니다. 관객은 되감을 수도 건너뛸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극장 영화의 편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흐르는 곡선 하나를 설계합니다. 초반에 느리게 깔아두고 후반에 거둬들이는 구조가 성립하는 것도 관객이 중간에 나가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서입니다.

164분짜리 <가능한 사랑> 같은 영화가 성립하는 자리도 결국 극장입니다. 느린 장면이 길게 이어져도 관객은 그 장면을 끝까지 통과하고, 편집은 그 통과를 계산에 넣고 리듬을 짭니다. 지루함을 견디게 하는 것도 설계의 일부입니다.

OTT에서는 주도권이 관객 손으로 넘어갑니다. 재생을 멈추고, 앞으로 넘기고, 다른 작품으로 옮겨가는 데 버튼 하나면 됩니다. 편집이 설계한 곡선을 관객이 끝까지 따라온다는 보장이 없는데, 이 사실이 OTT 편집의 거의 모든 판단에 깔립니다.

물론 극장 관객이라고 모두 집중하는 것은 아니고, OTT 관객이라고 모두 넘겨 보는 것도 아닙니다. 달라지는 것은 편집이 기대할 수 있는 최소한입니다. 극장은 관객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기대할 수 있고, OTT는 그것조차 장면마다 다시 얻어야 합니다.

 

회차마다 다시 그리는 곡선

장면마다 다시 얻어야 하는 관객을 붙잡는 가장 큰 장치가 회차입니다. 극장 영화가 곡선 하나로 두 시간 안팎을 가는 동안, 시리즈는 50분짜리 곡선을 여덟 번, 열 번 그립니다.

곡선이 여러 개면 편집의 무게중심이 회차의 양 끝으로 옮겨갑니다. 회차의 마지막 컷은 다음 회를 누르게 만드는 자리이고, 첫 장면은 지난 회의 긴장을 몇 분 안에 다시 끌어올리는 자리입니다. 극장 영화라면 중반에 한 번 숨을 고르는 구간도, 시리즈에서 회차 경계에 걸리면 그대로 이탈 지점이 됩니다.

그런데 정작 회차가 많을수록 흔들리기 쉬운 쪽은 시리즈 전체입니다. 무죄 판결로 끝난 실제 사건을 여덟 편에 나눠 담을 때처럼 무엇을 믿게 할지 정하지 않으면, 회차마다 곡선은 그려져도 여덟 시간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회차의 리듬과 시리즈 전체의 축은 따로 설계해야 하는 두 개의 층입니다.

 

위 패널은 끊김 없는 긴 막대 하나의 오른쪽 끝에만 주황색 표시가 있고, 아래 패널은 같은 길이의 막대가 여덟 구간으로 나뉘어 구간 경계마다 주황색 표시가 있는 비교 도식
시리즈는 회차가 끝날 때마다 관객이 떠날 수 있는 자리가 생깁니다

러닝타임이 정하는 덜어내기의 횟수

회차 경계가 없는 극장 영화에서는 전체 러닝타임이 판단의 틀이 됩니다. 죽었다 살아나는 설정이 반복되는 101분짜리 영화 <부활남: 더 레드>라면, 부활 장면을 몇 번 보여주고 몇 번 덜어낼지가 곧 편집의 핵심입니다. 101분은 그 판단을 몇 번이나 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조건입니다.

시리즈는 같은 문제를 다른 크기로 받습니다. 10부작이면 500분 가까운 시간이 있어 반복을 덜어낼 압박은 덜한데, 대신 그 시간을 채우는 장면마다 다음 장면을 볼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대사량이 많은 오피스물에서 말하는 얼굴과 듣는 얼굴이 계속 교차하는 것도 그런 장치에 가깝습니다. 그냥 대사만 이어 붙이면 흘러가 버릴 시간을 듣는 사람의 반응으로 붙잡아 둡니다.

다음 장면을 볼 이유가 가장 강하게 필요한 자리는 회차의 끝입니다. 다만 그 끝은 편집실에서 처음 정해지지 않습니다. 어디서 회차를 끊을지는 대개 시나리오 단계에서 이미 정해져 있고, 그 결정에는 작가뿐 아니라 제작사와 감독, 투자사까지 관여할 수 있습니다. 편집감독이 이 논의에 합류하는 것은 정해둔 엔딩이 실제 편집본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입니다. 그때도 회차의 끝에는 극적인 요소가 있는 구간을 씁니다.

물론 이 구분은 경향이지 규칙은 아닙니다. 회차 구성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긴 영화처럼 흐르는 시리즈도 있고, 극장 영화 안에서 장마다 끊어지는 구조를 쓰는 작품도 있습니다. 다만 같은 소재를 받더라도 결과물이 어디서 재생될지를 먼저 묻는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위 막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고, 아래 막대는 같은 길이 안에서 네 조각으로 끊겨 사이사이 빈틈이 있는 타임라인 도식
같은 164분도 극장에서는 한 번에, 집에서는 끊어서 재생됩니다

넷플릭스로 건너가는 164분

재생될 자리를 먼저 묻는다고 해도, 지금은 그 자리가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164분짜리 <가능한 사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지만 9월 23일 극장에서 먼저 개봉하고 11월 6일 넷플릭스로 공개됩니다. 극장의 어둠 속에서 한 번에 통과하도록 짜인 164분이, 몇 주 뒤에는 언제든 멈출 수 있는 화면에 그대로 올라갑니다.

극장 개봉을 거치는 영화라면 편집은 대개 극장 관객의 집중을 기준으로 리듬을 짜고, 그 리듬이 집에서는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합니다. 느린 구간에서 관객이 재생을 멈추거나 넘겨 버리면, 그 구간이 뒤에서 거둬들이려던 효과도 함께 사라집니다. 앞에서 깔아둔 것이 회수되지 않는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간극이 극장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가장 실무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극장이 주는 것은 큰 화면과 소리만이 아닙니다. 편집이 정한 순서와 길이를 관객이 그대로 통과하게 만드는 환경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차이를 극장 쪽이 우월하다는 뜻으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OTT 오리지널은 처음부터 멈출 수 있는 관객을 전제로 짜이고, 그 전제 안에서 회차의 엔딩과 오프닝을 다루는 고유한 기술이 쌓였습니다. 두 편집은 같은 기술이 서로 다른 조건에 맞춰 갈라진 판본에 가깝습니다.

 

마무리하며

OTT 오리지널과 극장 영화의 편집 리듬 차이는 관객이 시간을 쥐고 있느냐에서 갈립니다. 극장 영화는 한 번에 통과하는 곡선 하나를 설계하고, OTT 시리즈는 회차마다 다시 그리는 곡선 여러 개와 그것들을 묶는 축을 함께 설계합니다.

그 리듬의 일부는 편집 이전, 시나리오 단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정합니다. 편집은 그렇게 정해진 끝과 재생될 자리 사이에서 장면의 길이를 고릅니다. 같은 50분, 같은 101분이라도 그 시간이 어디서 재생되는지를 알고 나면, 장면이 길고 짧은 이유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

1892년 매사추세츠 도끼 살인 사건을 8부작으로 다시 세운 넷플릭스 앤솔로지 네 번째 시즌


괴물 리지보든 이야기 정보를 담은 대표 이미지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는 2026년 9월 17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8부작입니다. 엘라 비티가 리지 보든을 맡았고 찰리 허냄과 레베카 홀이 아버지와 계모를 연기합니다. 이 글은 이야기가 실화인지, 누가 나오는지를 먼저 정리하고, 범인이 확정되지 않은 사건을 여덟 시간에 나눠 담을 때 편집이 무엇을 정해야 하는지를 다룹니다.

 

기본정보

작품명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
장르 실화 범죄, 시대극, 법정
감독 맥스 윙클러, 사라 아디나 스미스
출연 엘라 비티, 찰리 허냄, 레베카 홀, 빅키 크리엡스, 빌리 로드, 제시카 바든 등
플랫폼 넷플릭스
제작 Prospect Films, Ryan Murphy Productions
구성 8부작, 회당 50분 내외
공개일 2026년 9월 17일 (수)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크리에이터와 연출이 따로 적혀 있는 것이 이 시리즈의 특징입니다. 이언 브레넌이 시리즈 전체의 틀을 만들고, 회차별 연출은 두 감독이 나눠 맡았습니다. 같은 직책이 작품마다 다르게 표기되는 이유를 알아두면 이런 크레딧이 읽힙니다.

 

로그라인

1892년 8월 4일, 매사추세츠주 폴 리버의 한 집에서 앤드루 보든과 애비 보든 부부가 손도끼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됩니다. 집에 있던 딸 리지 보든이 기소되지만 이듬해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습니다. 시리즈는 사건 전후와 재판 과정을 오가며 그 집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여러 각도로 쌓아 올립니다.

 

예고편

 

실제 사건과 등장인물

사건이 일어난 집에는 다섯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앤드루 보든, 계모 애비 보든, 두 딸 리지와 엠마, 그리고 하녀 브리짓 설리번입니다. 이 배치가 그대로 캐스팅으로 옮겨졌습니다. 엘라 비티가 리지, 찰리 허냄이 앤드루, 레베카 홀이 애비, 빌리 로드가 언니 엠마를 맡았습니다.

저는 실화 범죄물을 볼 때 그 자리에 몇 명이 있었는지부터 세는 편입니다. 빅키 크리엡스가 연기하는 브리짓 설리번이 구조상 가장 중요한 자리입니다. 가족이 아니면서 그 집 안에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고, 실제 재판에서도 증언이 엇갈린 인물입니다. 사건을 밖에서 볼 수 있는 시점이 여기 하나뿐이라, 이런 인물은 대개 관객의 대리인 역할을 맡습니다. 제시카 바든이 맡은 낸스 오닐은 사건 이후 리지와 가까워진 배우로, 재판이 끝난 뒤의 삶을 다루는 자리에서 나옵니다.

실제 재판은 1893년에 무죄로 끝났고 이후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130년이 넘도록 해석이 갈리는 사건이라, 이 작품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가 시청자마다 다르게 읽힐 수 있습니다.

 

사건 당일의 시간 순서와 재판에서 재구성된 순서가 서로 교차하며 연결된 도식
진술이 엇갈리면 같은 시간대가 여러 번 다시 놓입니다

무죄로 끝난 사건을 여덟 시간에

공개 직후 해외 비평에서 공통으로 나온 지적은 이 작품이 리지 보든에 대해 무엇을 말하려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죄로 끝난 사건이기에 확정된 결론이 없지만 작품은 결론을 정하고 제작해야합니다. 정하지 않으면 러닝타임 여덟 시간이 무의미하게 흐르기 때문입니다. 목적이 정해지지 않으면 같은 장면을 여러 번 보여줘도 정보가 쌓이지 않고 분량만 늘어가기에 제작진은 각 회차의 결말에 제일 공을 들였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채택된 방식은 시점의 반복으로 사건을 다방면으로 보여주는 것이었고 작품 전체의 톤이 되었습니다. 회당 50분 안팎의 회차 여덟 개는 곡선을 여덟 번 다시 그리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결론이 없는 사건이라면 그 곡선의 끝마다 무엇을 믿게 할지를 새로 정해야 합니다. 재판 장면에 현대 팝을 얹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음악이 먼저 정해지면 컷이 그 박자에 맞춰지기 때문에, 이런 선택은 편집 단계에서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마무리하며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는 8부작, 청소년 관람불가로 9월 17일 공개된 앤솔로지 네 번째 시즌입니다. 1892년 도끼 살인 사건과 이듬해의 무죄 판결을 여덟 시간에 나눠 담았습니다.

앞선 시즌들과 갈리는 지점은 범인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입니다. 확정된 사건은 왜 그랬는지를 설명하면 되지만, 확정되지 않은 사건은 무엇을 믿게 할지를 매 장면 정하게 됩니다. 해외 평이 공통으로 짚은 자리도 결국 여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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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촬영으로 얽히는 164분짜리 드라마


영화 가능한 사랑 정보의 범위를 적은 대표 이미지

 

<가능한 사랑>은 이창동 감독이 <버닝>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장편입니다. 9월 23일 극장에서 먼저 개봉했고, 11월 6일 넷플릭스로 전 세계에 공개됩니다. 러닝타임과 넷플릭스 공개일, 쿠키영상 여부를 먼저 정리하고, 164분이라는 길이가 편집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다룹니다.

 

기본정보

작품명 가능한 사랑
장르 드라마
감독 이창동
각본 이창동, 오정미
출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 등
제작 / 플랫폼 넷플릭스
주요스탭 촬영: 김지용 / 편집: 김다원 / 음악: 정재일
공개 2026년 9월 23일 극장 개봉 / 11월 6일 넷플릭스 공개
러닝타임 164분
쿠키영상 없음

 

로그라인

카메라를 든 부부와 카메라 앞에 선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만나, 서로의 삶에서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발견합니다.

해고 노동자 호석과 그의 아내 미옥을 설경구와 전도연이,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와 그의 남편 상우를 조여정과 조인성이 연기합니다. 이창동 감독과 설경구는 <박하사탕>과 <오아시스> 이후 24년 만에, 전도연과는 <밀양> 이후 18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예고편

 

전체 기간을 나타내는 긴 회색 가로 막대 아래에 극장 상영 기간을 나타내는 짧은 주황색 막대가 왼쪽 중간 지점에 놓이고, 긴 막대 위에는 네 개의 가는 세로 눈금이 그어진 타임라인 도식

베니스에서 넷플릭스까지 가는 길

출발점은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데칼로그>입니다. 열 편을 각각 장편으로 다시 만드는 기획의 한 편으로 시작됐는데, 넷플릭스가 합류하면서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가 <데칼로그>의 어느 에피소드도 옮기지 않은 다른 이야기이고, 계명 하나와 닿아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완성된 영화는 9월 6일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처음 공개돼, 심사위원대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과 국제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함께 받았습니다. 앞의 상은 심사위원단이, 뒤의 상은 각국 평론가들이 뽑는 상이라 두 판단이 같은 작품에서 만난 셈입니다. 이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이 TIFF 에버트 감독상을 받았고, 제99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한국 출품작으로도 선정됐습니다.

물론 영화제 수상이 관람 만족도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경쟁 부문의 상은 완성도와 야심을 함께 보고 주는 것이라, 164분을 앉아 있는 경험이 즐거운지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크레딧
에 쿠키영상은 없어도 읽을 것은 남아 있습니다. 한국의 파인하우스필름과 미국의 어나니머스 콘텐트, 나우필름이 함께 만든 한미 공동 제작이라 한국어와 영어 직책명이 섞여 올라갑니다. 어떤 직책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위아래 두 칸으로 나뉜 도식으로, 위 칸에서는 주황색 사각 테두리가 두 개의 원을 감싸고 있고 아래 칸에서는 같은 테두리가 두 원 바깥에 떨어져 놓여 있는 비교 도형

 

164분을 채운 장면의 길이

앞서 다룬 <인턴>보다 32분이 긴 러닝타임입니다. 이런 길이의 드라마는 대개 장면 수를 늘려서가 아니라 한 장면이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길어집니다. 이 영화의 편집은 김다원 편집감독이 맡았습니다. 참고로 김다원 편집감독은 이 작품의 현장편집기사이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감독의 요구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을 것이며, 감독 및 제작사 입장에서 이 작품을 이해하고 만들어나가기에 적합한 편집기사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가능한 사랑>은 씬 개수가 많았다기보다는, 각 컷들의 호흡이 긴 편입니다. 이창동 감독의 이전 작품을 본 관객이라면 예상 가능하듯이 감독은 느린 전개로 캐릭터에 몰입을 유도하는 연출 스타일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두 부부의 첫 만남부터 친밀감을 쌓는 시간을 관람하며 그들의 무의식을 탐험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 영화인 다큐멘터리 시점도 하나의 관람 포인트가 됩니다. 카메라에 담기는 다큐멘터리 장면은 영화 내용이 전개되는 것과 별개의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캐릭터들이 겪은 사건이 아닌, 이 사건이 각자에게 어떻게 기억되는가에 대한 내용인 것이지요. 스포일러 때문에 상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세차장의 무지개와 화단의 무지개를 비교하면 위 내용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164분 중 덜어낼 수 있는 구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에 몰입해서 보고 싶다면 극장, 두 부부의 대사를 곱씹으며 나눠 보고 싶다면 넷플릭스 쪽이 맞습니다. 극장 상영이 남아있다면, 가장 좋은 관람 방법은 극장에서 보고 넷플릭스 공개 후 곱씹고 싶은 장면을 다시 보는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가능한 사랑>은 두 부부가 카메라 앞뒤에서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164분짜리 드라마입니다. 쿠키영상은 없고, 11월 6일부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긴 러닝타임은 어떤 관객에겐 맞고 어떤 관객에게는 버거울 것입니다. 숨겨둔 의미가 많아서 다시 볼 때마다 다르게 읽힐 것 같다는 감상이 자주 보이고, 이창동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좋았다는 평도 적지 않습니다.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던 감독인데 이번에는 그 갈림이 거의 없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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